항생제 오남용, 의사들만 변하면 해결되나
     2008-06-25 5059
 
EBS, 감기 처방실태 고발…"건강보험 정책 수술 시급" 한국 의사들이 항생제를 포함한 의약품을 심각하게 오남용하고 있다는 외국 의사들의 지적에 대해 의료계는 왜 의사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며 발끈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수가제도와 보장성강화 정책 등을 손질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EBS는 24일 ‘다큐프라임, 감기-2부 낫게 해드릴게요’ 편에서 한국 의사들의 항생제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제작진은 한국의 모의료기관에서 감기약으로 처방받은 10개 알약을 미국과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의사들에게 보여줬다. 처방받은 감기약에는 항생제 2알, 항히스타민제, 소화제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러자 이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초기 감기에는 절대 항생제나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지 않는다”거나 “놀랍다”, “특이하다”, “정말 웃기고 너무 끔찍하다” 등의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네덜란드 의사는 처방약을 보여주자 사진을 찍은 후 “제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아주 꺼림칙한 것은 항생제”라고 말했다. 감기는 치료제가 없고, 약을 복용하든, 하지 않든 낫는 시간은 같기 때문에 환자에게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를 권장할 뿐 약을 처방하진 않는다는 것이 외국 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오히려 약, 특히 항생제를 복용하면 내성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몸에 필요한 세균까지 죽이기 때문에 처방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굳이 외국 의사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2007년 3분기 현재 급성상기도감염에 처방된 평균 의약품 수는 4.59개에 달한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감기환자에게 소화기관용약을 처방하는 비율은 의원이 68%, 종합전문요양기관이 49%, 종합병원과 병원이 각각 61%를 웃돈다. 2006년 상반기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은 51%다. 서울시 관악구 소재 J소아과의원은 2005년 4분기 목감기 환자에게 100% 항생제를 처방했고, 상위 30대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은 97.8%로 집계되기도 했다. 한국 의사들이 약을 많이 처방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의 A내과 원장은 “초기 감기환자에게 약을 처방하지 않고 푹 쉬라고 했더니 항의를 하고 다시는 오지 않더라”면서 “심지어 난리를 치거나 진찰료를 내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환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간의 지나친 경쟁과 무조건 빨리 낫기를 바라는 국민 의식이 항생제와 주사제의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월 서울약대 오정미 교수는 심평원 웹진 ‘약! 바루바루’에 실은 기고문에서 “우리나라는 감기로 인한 병원방문 및 약물사용이 너무 많다”면서 “항생제 등을 남용하는 병의원에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감기엔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맞고 와야 빨리 낫는다는 국민의식 또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창보 소장은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사들이 약을 많이 처방할수록 경제적으로 이득이 돌아갔는데 그런 처방 행태가 아직 남아 있고, 환자들도 그런 의사들에게 학습되면서 약을 처방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김 소장은 “이런 처방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소아만이라도 주치의제도를 시행해 약을 적게 처방해야 의사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가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김선민(가정의학과 전문의) 평가위원은 약제비 절감분을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로 되돌려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평가위원은 “연구결과 의사들은 환자들이 항생제 처방을 희망한다고 믿고 있지만 환자들은 의사들보다 이런 생각을 덜 갖고 있고, 경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성을 중증질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김 평가위원은 “감기환자에게 건강보험 재정이 1조원 이상 지출되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라면서 “의사들이 약을 적게 쓰면 보상을 해 주는 약제 총액절감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메디게이트뉴스(안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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