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 발 물러서 중앙회 역할"…의료계 쪼개져 마찰 불가피 내년도 수가부터는 5개 유형(의원·병원·한방·치과·약국)별로 계약이 이뤄지는 가운데 의원 협상 대표로 대한의사협회가 아닌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나설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회장은 20일 "의료계가 의원과 병원으로 나눠진 만큼 중앙회보다는 병협과 개원의협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모든 의사 회원을 어우르는 단체인데 의원의 입장을 가지고 협상에 나서면 개원의들만의 단체로 격하된다고 판단한 것. 이에 의협은 직접적인 협상에서는 한 발 물러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의협은 병협과 개원의협 간의 의견 조율 등 수가가 합리적으로 정해지도록 조정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주수호 회장은 "협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중앙회 성격에 맞춰 의료계 전반을 고려한 수가가 결정되도록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바통을 개원의협이 이어 받는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개원의협은 이미 지난달, 병협이 5개 유형별 수가 계약을 포기하지 않으면 협상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개원의협 관계자는 "수가는 개원의들에게 목숨과도 같다"며 "인력과 자원 등 모든 제반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협상 대표로 결정되면 생사를 걸고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결국 병협과 개원의협은 수가를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병협은 만반의 전투태세에 돌입한 상황이다. 병협은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책임 연구원 안태식 교수)를 연구기관으로 선정하고 6000만원을 투자해 유형별 수가계약에 임할 전략을 짜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안을 지지해 왔다. 1788개 병원들에게 실익이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의협 및 개원의협 관계자도 "현재 의과의 의료행위는 의원과 병원 모두 동일한 의료서비스에 의한 동일한 상대가치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간과한 병협의 이기주의가 절대 수용되지 못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수가 협상을 놓고 결국 "한 지붕 두 가족"이 돼 버린 의료계.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또 그 영향이 의료계에 어떤 후푹풍을 몰고 올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