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사-산부인과, "분유 독점" 공정위 칼날 피할까
     2007-01-11 5833
 
이달 중 제재여부 판가름...제약업계 "불똥 튈라" 조바심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분유회사와 산부인과 병원 간의 ‘분유 독점공급’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가 이같은 관행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다른 분유사의 경쟁을 방해한 것으로 판단,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할 경우 분유사는 물론 관련 산부인과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분유회사 외에도 신생 병원에 싼 이자로 자금을 지원해 온 일부 제약사의 경우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는 눈치다. ◇공정위, "자금지원-분유공급" 대가성 조사=공정위는 국내 대표적인 분유회사인 N, M사가 산부인과 병원에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대신 신생아들에게 자기 회사의 분유를 먹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경 해당 분유사를 상대로 이같은 사실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청, 서면으로 제출받는 등 1차 조사가 이미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현재 분유사가 병원에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 것과 자사 분유를 해당 병원에서 독점판매한 것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만약 대가성이 확인되면 해당 분유사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갓 태어난 아이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처음 먹던 분유를 중간에 바꾸면 토하거나 소화를 못시키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에게 병원에서 먹던 분유를 퇴원 후에도 계속 먹이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처럼 먹던 분유를 계속 먹게 되는 것을 이용해 자사 제품의 판매를 확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병원 당 3억~10억 대출=분유회사와 산부인과 병원 간의 이같은 유착관계는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모유수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생존을 위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더욱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큐베이터 등 물품 지원으로 시작했던 관계가 차츰 분만율 저하 등으로 인한 산부인과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일부에서 아예 분유회사와 대출 계약을 맺고 공식적인 자금대출에 나선 것. 공정위 관계자는 “N, M사는 한 산부인과 병원 당 3억~10억원 가량을 연리 4% 미만으로 대출해주고, 자기 회사 분유만을 사용토록 한 혐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식으로 두 회사에서 나간 대출액이 약 4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의사 전용대출상품인 ‘닥터론’의 경우 보통 6~7%대 수준이다. 산부인과의사회의 한 임원은 “몇 년전부터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산부인과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분유사와 산부인과 병원 사이에 대출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났다”며 “그동안은 협회 차원에서 중재를 통해 해결해왔지만 그 한계를 벗어나면서 공정위까지 개입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임원은 “그동안 분유사들이 산부인과 병원에 대해 각종 지원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대가성이나 의사가 소비자에 대한 특정 분유를 강요하는 등의 불법행위는 일체 없었다”고 주장했다. N사 관계자 역시 “부모들이 아기에게 병원에서 먹던 분유를 퇴원 후에도 계속 먹인다는 증거가 없는데다, 병원에 자금을 빌려준 것에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의 닥터론과 마찬가지로 근저당이나 담보물권을 설정해놓고 적정한 대출이자를 받아왔다는 것. ◇공정위 이달 중 제재여부 결정될 듯=공정위는 이달 중 전원회의에서 분유업체와 산부인과 병원 간 자금지원 및 분유독점 공급에 대한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를 최종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분유사 관계자는 “이는 기업간의 정상적인 금융거래, 즉 금전대출인 만큼 공정위의 긍정적인 조사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혹시 공정위의 제재조치가 나온다면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 역시 공정위가 해당 병원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소송절차를 밝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모 제약회사 관계자는 “산부인과 병원의 경우 개업과정에서 자금대출을 해 준 일부 제약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이 자칫 제약업계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메디컬투데이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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