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예측보다 환자수명 늘면 새로운 배상책임 의료진 과실로 중환자가 된 피해자에게 병원이 손해를 물었지만 당시 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된 생존기간 예측이 잘못됐다면 다시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A(33.여)씨는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서 1995년 5월 말 제왕절개술로 출산하다가 경련과 발작이 생기는 "자간증"이 일어났지만 적절한 분만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병원측 과실로 인해 결국 대뇌피질 기능이 사라져 의식 없이 대사(代謝) 기능만 하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A씨와 남편은 병원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법원이 "병원측에 70%의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려 3억1천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받았다. 당시 A씨의 신체를 감정했던 의료진은 "합병증 등에 의해 수명단축이 예상되고, 향후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기간은 10년 정도이다"는 회신을 재판부에 냈고 법원은 이를 토대로 A씨의 기대 여명(餘命:향후 생존할 수 있는 연수)을 "1996년부터 10년"으로 판단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이후 비록 식물인간 상태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신체 기능이 좋아져 간단한 관절운동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까지 호전됐고 A씨가 입원한 병원은 지난해 A씨가 당초 예측보다 15년 정도 더 생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A씨의 가족은 향후 치료비와 검사비 등을 가해병원측이 더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안승국 부장판사)는 A씨가 보라매병원 위탁 경영기관인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9천여만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생존을 조건으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달 172만여원을 주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병원측은 이번 소송이 이전 소송의 기판력(확정 판결의 구속력)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법원칙에 어긋나며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전 소송에서는 원고가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로서 2006년 1월 이후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전제로 판결이 선고됐는데 이후 원고의 증상이 호전돼 "새로운 손해"가 발생했다. 당시 새로운 손해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새로운 잔여수명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