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과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급증 추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진료비 증가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상급병실료' 집중심사를 예고한 것.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의원급 의료기관 상급병실료 집중심사를 다음 달부터 실시한다고 최근 예고했다.
현행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교통사고 환자 요구로 발생한 상급병실료는 진료비 인정범위에서 제외된다. 다만, 의료진이 치료상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해야 한다고 입원했을 때, 병실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했을 때는 7일 범위에서 입원료를 인정한다.
상급병실료 관련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
즉, 건강보험에 적용해보면 교통사고 환자 요구로 상급병실에 입원할 때는 치료상 또는 부득이한 사정을 제외하고는 상급병실료가 비급여 영역으로서 그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의미다.
다만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입원진료가 급증하고 있고 상급병실만 운영하는 기관이 늘고 있는 상황이 포착되면서 심평원이 심사를 강화한 것이다. 사실 안내는 '의원급'으로 했지만 사실상 '한의원'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부 한의원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제공하는 호화 병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요양기관 종별 입원실 현황에 따르면 의원에서 운영하는 일반병실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한의원 일반병실은 증가하고 있었다.
의과 의원에서 갖고 있는 병상 수는 2017년 4분기 4만6606곳에서 올해 2분기 3만5942곳으로 1만여 병상이나 줄었다. 상급병실에 있는 병상 수도 감소세는 마찬가지.
반면 한의원 일반 병상 수는 2017년 4분기 2450병상에서 올해 2분기 3393병상으로 5년 사이 1.4배 증가했다.
상급병실에서 운영하는 병상수는 더 큰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648병상에서 3264병상으로 5배나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를 기점으로 병상 수가 크게 늘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861개이던 한의원 병상수가 지난해 1898곳까지 늘었고, 불과 반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
병상 증가는 진료비 증가로도 이어졌다. 심평원에 따르면 한의원에서 상급병실료 청구는 2년 사이 28배나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상위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에 청구된 상급병실료는 2019년 1분기 1억1100만원에서 지난해 4분기 32억8600만원으로 2년도 안되는 기간에 19배나 늘었다.
한의계도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호화 병상 제공, 자동차보험 상급병실료 청구로까지 이어지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대한한의사협회 한 임원은 "한의원이 교통사고 환자 치료에서 갖고 있는 경쟁력이나 추구하는 가치는 빠른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라며 "상급병실 문제는 치료와 관계없는 면이 있다. 의료와 무관하게 호화시설을 광고하는 등 다소 과도한 부분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의원이 운영하는 숫자 대비 청구 금액이 많으니 집중심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소수의 움직임이라서 한의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심평원은 의원급 상급병실료 집중 심사를 위해 일선 한의원의 상급병실료 청구가 고시에 준하는지 별도의 법률 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 관계자는 "통상 일반병실 부족을 이유로 상급병실료를 많이 청구한다"라며 "의과 의원은 입원실을 운영하는 기관이 한의원보다 훨씬 많지만 상급병실료 청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병상 이하 의원급은 전 병상을 상급병실로 운영하는데 이 부분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라며 "이를 근거로 다음 달부터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