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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비밀이 많길래"...비밀유지각서 받는 의협 '빈축'
비밀 범위 및 퇴직 후 비밀유지 기간 없어 문제 지적
의협 "신뢰를 바탕으로 회무를 해 나가기 위한 조치" 해명
영업 비밀의 범위도 무제한이고 퇴직 후 비밀유지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대한의사협회가 '보안'을 이유로 상임이사 등 전체 임원을 비롯해 자문위원, 직원에게까지 비밀유지각서를 받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인사규정, 복무규정, 문서관리규정 등을 근거로 '비밀유지각서'를 따로 만들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각서를 받고 있다. 각서 대상은 의협 상임이사를 비롯해 자문위원, 직원 모두다.
의협이 근거로 삼고 있는 인사규정과 복무규정, 문서관리규정, 임직원의 협회 회무 관련 보안 준수 규정 등 각종 사규에는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가 이미 있다.
그럼에도 별도의 '각서'를 따로 받기로 한 것.
비밀유지각서에는 ▲직무 수행 관련 일체의 사실을 본인의 직무와 무관한 협회의 다른 임직원이나 제3자에게 알리면 안된다. 서면으로 사전 동의를 얻었을 때만 가능 ▲자료를 업무 목적 이외 SNS, 전자메일, 블로그, 홈페이지, 대화나 전화, 휴대전화, 다른 정보저장장치로 유출하거나 전송하면 안된다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협회의 직무를 더이상 수행하지 않게 됐을 때도 내부 정보를 유출해서는 안되며 이같은 내용들을 위반했을 때는 어떤 처분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것이라는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비밀각서 대상자인 한 관계자는 "각서 내용을 보면 외부 유출도 그렇지만 내부 직원 간에도 자료 유출을 금지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되면 부서간에도 장벽이 생겨 업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인사규정, 복무규정 등 각종 사규에 비밀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데 굳이 각서까지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문구 자체가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노무 전문가들은 비밀유지각서를 받는 행위 자체가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있다는 해결책을 내놨다.
한 노무사는 "비밀유지각서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고 개별 약정을 했을 때 효력 다툼만 있다"라며 "의협 집행부가 만든 비밀유지각서에는 영업 비밀의 범위도 무제한이고 퇴직후 비밀유지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법적으로 따져도 무효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밀유지각서를 쓰는 것 자체가 근로자를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라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거부하는 게 가장 좋지만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라면 거부 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노무사도 "사업주 입장에서 비밀유지각서는 일종의 보험과 같다"라면서도 "비밀유지의 목적이 있는 만큼 유출돼서는 안되는 내용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포괄적인 범위의 각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는 내부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통상 근로계약서에 비밀유지 조항도 들어있는데, 이런 조항이 없었던 적도 있어서 일관성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라고도 했다.
주무이사인 의협 박종혁 총무이사는 "내부 대화 내용, 자료 등의 유출로 곤란을 겪었던 일이 수차례 발생하다 보니 나온 결정"이라며 "임직원 사이 신뢰를 바탕으로 회무를 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의사결정 과정이 역동적이다"라며 "최종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기 때문에 정제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자유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박양명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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