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년 의원급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조사도입에 앞서 이달 시범사업을 본격화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시범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회원 안내를 하는가 하면, 본사업까지 남은 시간 동안 시행규칙 변경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보험 주관 부서는 원주에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직접 찾아 비급여 관리 담당 부서인 급여보장실 관계자를 만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이달부터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등 총 6만여 곳의 의원을 대상으로 564항목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 조사에 들어갔다.
비급여 진료비 제출을 통보받은 의원은 19일까지 564개 항목 중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자료 제출 기한이 다가오자 의협은 우선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대회원 안내문을 발송했다.
의협은 "심평원에서 진행 중인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사업은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아직 법적 구속력이 없다"라며 "자료 제출에 대해 협조를 하지 않아도 과태료 등 제재가 없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내년부터는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라며 "회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시범사업 기간에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본사업에 들어가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게 된다.
의협 관계자는 "본사업에 들어가면 과태료를 내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비급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대책 마련 차원에서 심평원을 만나 시행규칙 완화를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 관계자는 "비급여 자료 제출 시 빈도까지 조사한다"라며 "비급여 가격 고시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빈도까지 고지토록 하는 게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다. 빈도 부분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64개에 달하는 비급여 신고 항목 축소도 의협의 요구 사항이다.
의협은 이미 지난 6월 의원급 비급여 자료 제출이 예정됐을 때부터 항목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해 온 부분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항목 축소 등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황.
이 관계자는 "시행하고 있는 비급여에 대해서만 입력하면 되지만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원장이 일일이 입력하기에는 행정적 부담이 크다"라며 "일례로 제증명 수수료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비급여 자료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행정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항목은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