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하고 삭감하는 급여기준의 아이러니
     2020-07-01 2181
 
권고하고 삭감하는 급여기준의 아이러니

최근 대한의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계속해서 개정 절차가 진행중인 천식 진료 지침을 도대체 왜 의사들이 지키지 않는지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호흡기내과 전문의만 364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에서 의사의 89.3%는 천식 진료 지침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불과 11%만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나마 대학병원 의사들은 나은 편이었다. 환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1차 진료 의사의 경우 지침을 지킨다는 응답이 8.7%에 불과했다.

의사 10명 중 9명이 진료 지침을 알고 있지만 불과 1명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도대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그리고 적나라했다. 대다수의 의사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이 두려워 이러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 중 절반에 달하는 48%는 진료 지침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삭감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털어놨다. 특히나 1차 진료 의사의 경우 62.4%가 이러한 이유를 들었다.

그나마 대학병원이라는 방패가 있는 의사들은 조금이나마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1차 진료 의사들은 곧바로 삭감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진료 지침이 비단 의학 전문가들만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한국 천식 진료 지침은 의학회 뿐만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함께 개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심평원이 진행하는 천식 적정성 평가도 이러한 지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적정성 평가를 통해 권고하고 있는 사항을 의사들이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경우 삭감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천식 적정성 평가의 골자 중 하나인 폐 기능 검사와 흡입용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처방율을 보면 이같은 아이러니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적정성 평가에서는 폐 기능 검사를 적극 추천하고 이에 대한 이행률을 통해 병원을 평가하고 있다. 흡입용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처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불과 39.6%만이 흡입용 코르티코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고 답했다. 폐 기능 검사 또한 1차 진료 의사의 경우 9.2%만이 시행한다고 털어놨다.

이 또한 이유는 심평원의 삭감 때문이었다. 환자에게 폐 기능 검사를 진행하고 흡입용 코르티코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지만 삭감이 무서워 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다.

정부와 의학회가 함께 진료 지침을 만들고 적정성 평가를 통해 이를 권고하고 장려하면서도 반대의 잣대를 통해 삭감이 이뤄지는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셈이다.

의사의 절반 이상이 천식 환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심평원의 삭감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도 결국 이러한 역설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물론 한정적인 예산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며 효율적으로 보험을 운영하기 위해 삭감이라는 칼이 분명히 존재해야 하는 필요악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책의 기본은 일관성인 것도 간과해선 안된다. 평가를 통해 권고하는 사항이 삭감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은 결국 심평의학이라는 조소를 부를 뿐이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이인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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