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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에 이름 빌려줬어도 급여비 전액 환수는 위법”
대법원, 건보공단의 사무장병원 급여비 환수 행태에 제동
김준래 변호사 "사무장병원 급여비 환수 기준 제시 판결"
사무장에게 이름만 빌려주고 근무한 일명 바지원장.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 적발 과정에서 바지원장을 상대로 병원이 타간 요양급여비를 전부 토해내라며 환수처분하고 있다.
이 같은 건보공단 행태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사무장병원에 이름만 빌려주고 월급만 타간 바지원장에게 급여비를 100%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사무장병원을 대상으로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정화)는 최근 사무장에게 이름만 빌려준 채 서울 B요양병원에서 바지원장으로 근무했던 의사 A원장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 징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비의료인인 J사무장은 의사들의 이름을 빌려 서울 모처에 병원을 6개나 운영하고 있었다. A원장도 J사무장에게 이름을 빌려준 의사 중 하나였다.
그는 2005년 5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서울 B병원에서 병원장 타이틀을 달고 바지원장으로서 신경과 진료를 했다. A원장은 J사무장과 별도의 계약서는 쓰지 않았지만 월 1200만원에 승용차 한 대를 받기로 구두 계약했다.
J사무장은 B병원에서 부원장이라는 직책이었지만 병원 입출금 등 재정관리부터 병원 시설 및 의료기기 구입, 의약품 계약, 봉직의 고용, 직원 채용까지 모든 업무를 했다. B병원은 A원장을 포함해 의사 4명에 간호사 20~30명 등 직원이 총 70~80명이었고 120병상 규모다.
2014년 A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B병원의 수익 상태에 따르면 B병원 자산은 건물 보증금 7억원을 포함해 13억원 정도 되고 부채도 자산규모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월수입은 약 3억원, 지출은 2억7000만원으로 매월 30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났다. A원장이 일했던 약 1년 9개월 동안 요양급여비는 51억여원에 달했다.
건보공단은 A원장을 상대로 B병원이 타간 요양급여비 51억여원 환수 처분을 내렸다.
A원장은 "사무장병원이더라도 의사가 정상적인 진료행위를 하고 대가를 받았다"라며 "B병원에서 이뤄진 의료 행위는 법령 기준을 준수하면서 의학적 타당성 및 안정성을 갖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은 전혀 알 수 없었고 B병원 수익은 병원 투자자에게 귀속, 환수 처분 액수의 5%에 불과한 2억5000만원 상당의 급여만 수령했다"라고 호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은 적법했고, 사무장이 아니라 의사에게 고용됐기 때문에 급여비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배척했다.
하지만 3심에서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급여비 환수는 적법하다는 것은 유지하면서도 바지원장에게 급여비를 100%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본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52조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나 요양기관에 대해 급여나 급여비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다.
대법원은 "법 조항에는 급여비 일부 징수가 가능하다"며 "의사는 사무장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공할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사무장에게 고용돼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당이득금 징수는 건보공단의 재량행위라고 보는 게 옳다"라며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비용 ▲의료기관 개설 운영 과정에서 개설 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 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건을 건보공단 변호인으로 1심부터 담당한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전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고 사무장병원에 발을 담근 의료인의 입장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건보공단은 사무장에게는 70%, 의사에게는 본인부담금까지 더해 100% 환수 처분을 기계적으로 내리는 측면이 있었다"라며 "사무장병원에 대해 환수할 때는 여러 상황을 두루 고려해서 환수 금액을 적절하게 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장에게 고용된 의사도 70% 밑으로 환수하거나 의사가 타간 월급 정도만 반납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라며 "환수 기준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만들거나 공단 내에 별도 위원회를 두고 심의를 통해 환수금액을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박양명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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