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진료 금지법에 "술도 못먹나" 탄식하는 의사들
     2019-11-27 2410
 
음주진료 금지법에 "술도 못먹나" 탄식하는 의사들

|국회 법안소위, 27일·28일 쟁점법안 심의…전문위원실·복지부 "신중 검토"
|경찰청 "음주측정 개입 부적절"…민초의사들 "의료인 통제 현실 안타깝다"

의료계가 음주진료 면허취소 법제화 논의에 강력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기동민)는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등 보건의료 쟁점법안 심의를 진행한다.

이번주 대표적 쟁점법안은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 제정법과 음주진료 의료행위 금지, 특정강력범죄경력자 면허부여 결격사유 추가 등이다.

보건복지부가 집착 중인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법안은 지난주 국회 공청회에서 여야 간 찬반 의견이 제기된 만큼 이번주 법안 심의도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합의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의료계 최다 관심은 면허취소와 재교부 제한 신설 조항인 음주진료 금지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인과 간호조무사 등이 술에 취한 상태나 약물 복용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면허취소와 함께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신설 등 강력한 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복지부장관과 지자체장은 환자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소속 공무원이 의료행위자가 술에 취했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여기에는 경찰서 협조를 통해 음주 측정에 요청하도록 했으며, 측정 결과에 불복할 경우 의료행위자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음주진료 금지 법안이 어떤 배경으로 발의된 것일까.

인재인 의원은 최근 서울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 일부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당직 근무한 것이 나타나는 등 음주 의료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설명했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실은 음주진료 금지 법안 관련 도로교통법과 비교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서 비도덕적 의료행위는 자격정지 1개월 행정처분에 불과해 의료법을 통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최근 5년간 음주진료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은 2015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봉합시술한 의사에 대한 자격정지 1개월 1건 뿐이다.

문제는 전국 11만명 진료의사를 일부 의사의 일탈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점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박종희 수석전문위원)도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신중한 검토를 당부했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에 명시된 '술에 취한 상태 또는 약물 복용 상태' 정도는 다양한 수준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의료행위 역시 사람의 생명과 신체 위해를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은 상담과 간호부터 수술과 전신마취까지 다양하다"고 환기시켰다.

또한 "음주진료 금지 실효성 확보를 위해 복지부장관과 지자체장, 필요한 경우 경찰공무원 협조를 요청해 측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복지부와 지자체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이 이미 부여되어 있다. 유사입법 경우에도 소관 기관이 아닌 타 기관에게 협조를 요청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의료행위를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 기준이 부재해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할 경우 일관성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사실상 개정안 재검토를 주문했다.

복지부 역시 과도한 입법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음주진료 금지 규정 신설에 공감하나, 결과의 불법성 여부(음주 의료행위로 인한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 위해 발생 여부 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음주 의료행위 불법성만으로 현 의료법상 제재의 최대 기준인 면허취소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행정처분 기준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관리 감독 기관이 아닌 경찰공무원이 의료인 음주측정 과정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현 관련법에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한 내용을 별도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 반응은 어떨까.

민초의사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분위기다. 대학병원 모 교수는 "음주진료 금지 법안을 발의한 것도, 심의한 것도 넌 센스"라고 전제하고 "음주측정과 혈액검사까지 신설 조항에 들어있으면 의사는 진료와 수술 전날 술을 마시면 면허취소를 각오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한 개원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다면 의료단체에서 합법적으로 진단휴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길 것이다. 전날 술을 먹어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하면 의료법상 진료거부가 아닌 합법 투쟁이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의료단체 보직자는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무리한 개정안이 남발되고 있다. 일부 의료인 일탈을 전체 의료인 모두에게 적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면서 "문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대책 이후 의료계를 통제하는 법과 정책이 당연한 것으로 비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기동민 위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오제세 의원, 윤일규 의원, 인재근 의원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김승희 의원, 윤종필 의원, 이명수 의원,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비교섭단체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등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이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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