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거부 의료인 직업윤리에 맡겨야
     2019-09-10 2466
 


진료거부 의료인 직업윤리에 맡겨야 "형벌로 다뤄서는 안돼"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국내외 법령 및 해외 윤리지침 등 조사 분석
| "진료거부 금지 처벌 조항 삭제하고 합리적 가이드라인 개발하자"

'진료거부'라는 비윤리적 행동을 범죄화 해 법으로 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현행법상 의료인은 아파서 병의원을 찾은 환자를 거부하지 못한다. 형사적 처벌에다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진료거부금지 의무의 현황과 과제(연구책임자 이얼)'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며 진료거부를 담고 있는 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내외 법령, 각국 의사단체의 윤리지침, 관련 논문을 조사, 분석했다.

현재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진료거부 금지를 담고 있는 법 조항은 의료법 제15조 제1항이다.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어기면 시정명령을 받고 그래도 지켜지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다 자격정지 1개월이라는 행정처분까지 더해진다.

연구진은 "진료는 의료인의 직무이며 진료거부는 의료인의 직업윤리"라며 "직업윤리를 형벌로 강제하는 것은 직업행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진료거부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아 법의 해석과 적용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원 판례를 살펴봐도 진료거부 금지조항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

연구진은 "현재 진료거부 금지 조항은 상징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퇴원 조치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행정력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의료법에서 진료거부 금지 조항인 제15조 1항을 삭제하고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의료 전문가 단체는 정당한 사유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진료거부 금지는 직업윤리적 의무로서 윤리위반을 범죄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응급의료법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 금지 의무는 존속시키고 일반 환자에 대한 부분은 처벌 조항까지 모두 삭제해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이 정당하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화해 의료법에 규정하는 방식은 차선일 뿐 최선이 아니다"라며 "법제화보다는 의료 전문가 단체가 나서서 스스로 회원에게 지침을 제공하고 국민에게 홍보하며 공론화 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국내외 논의 현황을 종합해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물리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거부 ▲의료인의 양심에 따른 진료거부 ▲의료인 및 다른 환자의 보호를 위한 진료거부 ▲환자가 진료비를 지불할 수 없는 경우 등 크게 5가지로 나누고 12개의 세부 내용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인에 대해서는 해당 의료인 단체가 윤리위원회를 통해 회원을 조사, 징계하는 등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진료거부와 관련한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박양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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