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원 팔지도 못하나" 영업정지 승계 명문화 분통
     2019-01-10 2693
 
"내 병원 팔지도 못하나" 영업정지 승계 명문화 분통

수개월간 임대료·리스료 부담 토로…"의료기관 도산 유도하는 길"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병의원을 팔거나 사더라도 그 기간 중에는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안이 추진되면서 일선 원장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만약 6개월간의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의료기관을 운영할수도, 팔지도 못한 채 임대료와 리스료만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불법의료행위 등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의료기관의 개설자를 변경해도 그 기간중에는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원장 이름만 바꿔 꼼수로 운영하거나 아예 폐업처리를 한 뒤 곧바로 이름을 바꿔 다시 개원하는 방식으로 처분을 피해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행정처분을 승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령 개정을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유흥업종으로 구분되는 술집과 노래방 등은 이미 관련법에 의거해 행정처분이 승계되는 업종으로 규정돼 있다.

만약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제공하다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설사 그 사업장을 팔더라도 정지 기간 중에는 매입자도 영업을 할 수가 없다.

반면 병의원의 경우 학원 등과 함께 예외 업종으로 등록돼 그동안은 처분을 받은 의사만 해당 의료기관에서 물러나면 지속적으로 영업은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 방침이 개설자만 변경해 영업정지 처분을 무력화하는 꼼수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정부가 제재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선 원장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의료기관의 특성상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상당한 타격이 있는 상태에서 처분까지 승계될 경우 이중 삼중으로 처벌을 받는 셈이 된다는 불만이다.

A정형외과 병원장은 "몇년 전 부당청구 건으로 1년 넘게 고생한 적이 있다"며 "다행히 이의신청과 소송 등으로 영업정지는 막았지만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의료기관은 만약 이러한 처분을 받으면 과태료 형식으로 5배의 금액을 물어내는데다 영업정지 처분으로 인한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이러한 가운데 승계까지 부담을 시키면 남아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수금에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처분 승계로 아예 양도 양수 자체를 막아버리면 감당할 수 있는 원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만 해도 4개 층을 쓰는데 그 임대료와 리스료가 얼마겠느냐"며 "한달만 제대로 굴러가지 못해도 허리가 휘는데 5배 환수에 6개월간 팔지도 사지도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그대로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만 불법과 편법을 일삼으며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일부 몰지각한 병의원들을 몰아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하겠지만 용납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B신경외과 병원장은 "인근에 한 척추병원만 해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름이 4번이나 변경됐다"며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계속해서 사고를 치고 있고 이름만 바꿔가며 환자들을 속이고 유인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최근 대리수술건도 그렇지만 이러한 의료기관은 승계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아예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 의료계 입장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이인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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