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진단서 등 수수료 상한제…의료계 '분통'
     2017-09-21 2896
 
뚜껑 열린 진단서 등 수수료 상한제…의료계 '분통'

"일부 항목 원가도 안나온다" 아우성…의료계 투쟁 한계론도

진단서 등 제증명 수수료의 상한액을 명시한 제증명 수수료 고시가 불과 시행 2일을 남겨두고 공개되면서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일반진단서 비용 등이 그나마 일부 상향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항목들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의료기관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제정 발령했다. 이 고시는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주요 항목들을 보면 우선 일반진단서는 기존 1만원에서 상한액에 2만원으로 일정 부분 조정됐다.

또한 사망진단서 1만원, 장애진단서 1만5000원, 건강진단서 2만원, 진료확인서 3천원, 출생증명서 300원, 진료기록 사본 100원 등으로 최종 책정됐다.

이에 대해 일선 의사들은 일반진단서만 그나마 조정됐을 뿐 일부 항목돌은 여전히 사실상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금액으로 책정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원가조차 보전하기 힘든 항목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내과의원 원장은 "진료기록 사본이 10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금액이냐"며 "세금으로 운영하는 관공서에서 출력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호적등본 하나 발급받는 것도 1000원을 받는데 웃음 밖에 안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망진단서 금액 또한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이라며 "사망진단서 하나가 의사에게 얼마나 많은 책임이 부여된다는 것을 안다면 이 금액에 진단서를 내라고는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의사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소한 원가는 보전될 수 있는 금액을 책정해야지 사실상 자영업자나 마찬가지인 개원의들이 손해를 감수하는 구조로 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B정형외과병원 원장은 "진료영상이 필름 5000원, CD 1만원으로 책정됐다"며 "시장에서 불법 영화를 담은 CD도 만원에는 안팔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인력이 충분한 대학병원이면 몰라도 진료영상 하나 만들어 주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아느냐"며 "작은 병원에서 이 돈 받고서는 CD 만들 여력이 안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시안이 시행 2일전에야 나왔다는 것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의사협회 등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A내과 원장은 "제증명 수수료에 상한 금액을 만드는 것 자체가 지나친 규제와 탄압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 아니었냐"며 "어느새 일반 진단서 1만원 올려주는 것으로 타협이 됐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시행 2일 전에야 고시안이 나왔다는 것은 이미 의협 등과 협의가 진행됐다는 얘기"라며 "이러한 상황을 회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합의를 해줬다면 집행부 전원이 탄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시안에 대해 의료계 차원에서 다시 한번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는데 좌절하는 분위기다.

추무진 회장이 불신임 단계까지 끌려내려갔다가 살아난데다 범 의료계 비대위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협 임원을 지낸 C원장은 "고시 내용을 떠나 정부가 지금 이 시점에 이러한 고시를 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의료계가 대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도 정부는 지금처럼 의료계의 빈틈을 노려 하나씩 규제 방안들을 풀어갈 것"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계속해서 코를 베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이인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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