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결사적인 저지에도 불구하고 설명의무법이 결국 의결되면서 의료계가 좌절과 동시에 공분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개원가에서 수술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줄소송으로 일차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 당장 1년도 버티기 힘든 근시안적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 대한안과학회에서 회원들에게 고지한 수술동의서 일부. 총 10장이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사의 설명의무를 담은 의료법 개정 시행령안을 의결하고 오는 21일 공포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의사의 설명의무와 이에 대한 동의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2년간 보존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징벌 조항이 담겨있다.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자 개원가는 크게 좌절하고 있다. 앞으로 일차의료기관에서 수술이 진행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안과의원 원장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수술의 위험성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 왔다"며 "하지만 이를 명문화해 동의서를 받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수술시간보다 설명시간을 더 잡아야 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동의서 내용 자체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키울 수 있고 이로 인해 라포를 해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부담을 안고 수술하느니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개원의들도 같은 반응이다. 과태료를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의 라포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설명의무법이 단순히 과태료를 내는 것을 넘어 수많은 민·형사상의 줄소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B대장항문외과 원장은 "아주 간단히 말해 설명의무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받는다면 환자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겠냐"며 "과태료를 받는 즉시 손해배상소송이 들어올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결국 약간의 빈틈만 있어도 과태료에 줄소송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법무팀이 있는 대학병원 등이야 방어가 가능하겠지만 일선 의원급은 폐업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법안이 의결됐지만 하루 빨리 보완조치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현실을 외면한 법안을 바로잡기 위해 거세게 저항하고 설득했지만 결국 의결되고 말았다"며 "일선 회원들의 우려와 지적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복지부도 선시행 후보완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만큼 하루 빨리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일차의료체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총력을 다해 회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