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국수)은 25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의료분쟁조정제도 시행 5주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이숭덕 교수(의료법학회 회장)는 토론에서 "자동개시 이후 의사들은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자동개시가 갖는 긍정적 면을 부정하지 않으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면서 "의료인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며 자동개시에 따른 의료계 현실을 전달했다.
그는 "의사들이 방어적 진료 얘기를 많이 한다. 방어진료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무의적으로 의료환경 차원에서 조성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하고 "과거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방어적 진료도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숭덕 교수는 "의료분쟁조정법을 원했던 곳은 산부인과이다. 하지만 법제화 이후 산부인과 관심이 떨어졌다"면서 "의사들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면서 불가항력 의료사고 배상책임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중재원과 산부인과 입장 차이를 부연했다.
그는 이어 "조정과 감정은 전혀 다르다. 감정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중재원만의 감정이 아닌 의료계 전체 감정을 고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단체는 환자 권리 강화를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 백진영 이사는 "개정법은 바라보는 의료진과 환자 입장 차이가 크다"고 전제하고 "개정 법에는 의료진 특례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치료와 처지의 정당성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사고 소송에서 진료기록부가 가장 중요하다, 의료인들이 수정 전 진료기록부를 보여주지 않아 환자들은 불리한 입장"이라면서 "환자 요청 시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해 수정 전후 전체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환자 권리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진영 이사는 "의사는 신이 아니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생길 수 있다. 병원 법무팀이 환자들의 악화 원인을 충분히 설명했으면 한다"고 설명의무 강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주제발표에서 해울 신현호 대표변호사는 "중재원 감정과 조정결정이 환자 측에서 진료예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 자기결정권 행사에 도움이 되고, 의료인에게 살아있는 임상진료지침으로, 의대와 간호대 교육자료 등으로 활용해 의료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자동개시 이후 중재절차 활성화 제도개선을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기존 법개정 중심에서 이제부터 객관적 중재절차를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면서 "자동개시 법제화 이후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예산과 전문가 확대 등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정은영 과장은 "자동개시 이후 미흡하다, 더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나누고 있다"며 "작년 말 개정된 만큼 제도를 잘 운영해서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