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던져진 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 주사위. 본격 시행을 위해 만들어져야 할 하위법령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 요건인 장애등급 1급의 범위와 이의신청이 핵심이며 의료사고 사실 관계를 규명하는 감정부 위원 구성이 적절한지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다음 달 전주 예수병원에서 열리는 의사회 충청·호남지회 학술대회에서 의료분쟁조정 강제 개시법 통과 후 과제에 대해 발표하며 이 같은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김 이사는 의료분쟁 조정 자동 개시가 불러올 문제점으로 크게 진단검사비 증가,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 상승을 꼽았다.
그는 "외국에는 방어진료(defensive medicine)라는 개념이 있다"며 "의사가 자신의 진단이나 치료에 오류가 있어 고소 당할 것을 우려해 환자 증상과 관계가 적은 부분에서도 과도한 검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기관 조정 의사에 반하는 자동 개시 결과는 조정불성립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정불성립은 의료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의사 배상보험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가 많은 신경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를 비롯해 중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대형병원일수록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복지부는 7월 입법 예고를 목표로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 작업에 돌입한 상황.
▲ 장애1등급 범위
김 이사는 "장애등급 1급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그 범위가 현행 유지 또는 축소될 수 있다"며 "제도 실효성과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위축되지 않도록 범위를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신청인이 합리적으로 조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신설한 이의신청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위법령 개정 시 이의신청 요건을 적정 수준에서 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여부를 규명할 감정부 구성위원도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내부기관인 조정부와 감정부 사이 역할 설정과 위원 구성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분쟁 조정의 핵심 역할을 하는 감정부 구성위원 5인 중 3인을 비의료인으로 참여케 하는 것이 전문성 차원에서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의신청 대상과 범위, 자연사와 의료사고를 구분할 수 있는 범위 설정, 의료사고와 장애 발생 시 불가피한 부작용을 구분할 수 있는 범위 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김 이사는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운영하는 법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 법은 다른 법률과는 다르게 규제와 감독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