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할 수 있는 약도 없고 백신도 없다. 동네 의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정부는 (의사를) 처벌하려는 방책만 내놓지 말고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내놔야 한다."(경기도 성남 A의원 원장)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메르스 환자를 14일 안에 신고 못하면 처벌한다는 정부 방침에 화가 난다."(강원도 원주 B의원 원장)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확산 분위기에 개원가도 긴장을 하고 자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14일 이내 메르스 의심 환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정부 방침에 단단히 뿔났다.
1일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경기도 C지역 개원가는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배포한 행동지침을 토대로 메르스 의심 환자가 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
C지역의사회는 자체적으로도 회원에게 메르스 의심 환자 내원 시 대처법에 대한 공문을 배포했다.
의사회 관계자는 "메르스 감염이 시작, 확산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개원가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주가 고비다. 진료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직원과 환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공문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메르스 환자 주요 발생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 D의원 원장은 "언제 어떤 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직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을 하거나 감기가 있는 환자는 2m 떨어져서 보도록 했다. 직원들이 메르스에 걸려버리면 3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까지 메르스가 확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열흘 정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B의원 원장은 아예 출입문에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는 보건소나 국공립병원으로 가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
그는 "메르스 환자가 와도 개원가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의심 환자가 의원에 오는 것은 의료진 감염 가능성만 높이는 것이다. 의료진에 의한 2차, 3차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것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 정도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치사율은 높고 치료약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정부는 메르스 의심 환자를 가까운 지역 거점 병원에서 진료토록 하는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플루 겪고도 방역체계 미흡…보건소는 뭐 하나"
의료계는 혹시라도 발생할 메르스 환자에 대처하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도 정부에 쓴소리를 가했다.
신종플루 대유행 사태를 겪고서도 전염병 대응에 대한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 여기에다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 질병 예방을 전담하는 보건소와의 연계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성남 A의원 원장은 "치료는 의사가 하는 것이고, 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여기서 각 지역 보건소의 역할에 의문이 생긴다. 전염병 때문에 중앙정부는 쉴 새 없는데 지자체 산하에 있는 보건소는 수수방관"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경기도 한 의원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해당 지역 관할 보건소에 문의 했다. 해당 보건소 직원은 환자를 보내지 말고 직접 방역을 나갈 것이라며 방역한 곳은 당분간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럼 당분간 어디서 진료하냐는 원장의 말에 직원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질병관리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염병은 중앙정부와 지역 보건소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방역 시스템이 지역의 질병예방 관리를 하고 있는 보건소까지 체계적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