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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화된 성형외과 시장…대박과 쪽박 외줄타기
2014-02-04
15242
공룡화된 성형외과 시장…대박과 쪽박 외줄타기
개원가, 생존 위한 규모 경쟁 가속화…도산 리스크 커졌다
최근 메머드급 성형외과의 잇따른 등장으로 끝을 알 수 없는 몸집 키우기 경쟁이 시작됐다.
이미 대형화에 뛰어든 개원의들은 10층 이상 규모의 성형외과를 세우고 있다.
이제 성형외과 개원시장은 의사 개인의 실력을 기반으로 한 경쟁을 넘어 본격적인 '규모의 경쟁' 구도로 접어든 것이다.
게다가 일부 대형 성형외과가 가격 할인에 나서는 등 '치킨 게임'의 전형을 보이면서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건물 전체가 '성형외과'…극으로 치닫는 규모 경쟁
성형외과 대형화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BK성형외과. 신사역 사거리에 16층 규모의 성형외과 단일 건물을 선보이며 중국 등 해외환자를 대거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BK성형외과가 선전하자 리젠성형외과가 지상 15층 규모의 건물을 세웠으며 그랜드성형외과도 이에 뒤질세라 신사사거리에 지하 6층, 지상 15층 총 21개층 규모의 '성형 빌딩'을 올렸다.
원진성형외과는 200평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아이디성형외과까지 가세하며 내년 상반기 중에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의 성형외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드림성형외과가 지난해 말 압구정역 인근에 5개층으로 확장 이전했으며, JK성형외과와 JW성형외과도 6층 규모 건물 전체를 사용 중이다.
바노바기성형외과도 단독으로 6개층으로 개원했으며 압구정 서울성형외과는 올해 4월쯤 7층 규모로 오픈한다.
이처럼 메머드급 성형외과의 등장으로 성형외과 개원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대박'과 '도산' 줄타기 하는 성형외과
그렇다면 대형화에 나선 성형외과들은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다수의 성형외과 개원의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규모를 키웠기 때문에 작은 변수만 발생해도 부도를 막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A성형외과는 개원 총 예산 400억원 중 20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로 메꿨다.
원금 상환을 제외하고 매달 은행에 지불해야 할 대출이자만으로도 병원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다.
A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중국 등 해외환자가 줄거나 국내 경기악화로 환자가 조금만 줄어도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라면서 "자칫하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는 건 한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 성형외과 대표원장도 "상당수 대형 성형외과가 전체 개원 비용의 50% 정도를 대출을 받아 증축하기 때문에 늘 리스크를 안고 산다"면서 "금싸라기 땅에 건물을 올리기 때문에 대출 규모도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고정 지출비용이 높다는 점도 또 다른 리스크인 셈이다.
한 대형 성형외과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10~2011년 현직 종사자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성형외과 의사의 평균 연봉은 9278만원.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의사 한명당 적어도 월 800만~900만원의 월급이 지급된다.
한 대형 성형외과의 경우 의료진만 30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달에 의사 인건비로 약 2억 7천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간호사 등 직원 수는 약 200여명. 수술이 많은 것을 감안해 월 임금을 200만원으로 계산하면 약 4억원이 든다.
즉, 전체 직원의 한달치 인건비 지출만 6억 7천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80억원 규모다. 의사 인건비의 경우 대부분 NET 개념이어서 실제 연봉은 이보다 훨씬 높다.
가령, 환자 감소 등 의료시장의 변화로 6개월간 인건비를 은행에서 대출받을 경우 약 40억원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게다가 건물을 세우면서 떠 안은 대출에 대한 부담감까지 해결하지 못해 회생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대형 성형외과는 광고 및 마케팅 비용만도 대략 한달에 1억~3억원에 달하고 전기, 수도세 등 건물유지비까지 감안하면 한달 유지비만 약 3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B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실제로 일부 대형 성형외과 중에는 대출에 대한 부담이 높아 매달 인건비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다"면서 "이미 제 때 월급을 못주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B성형외과 원장은 "성형외과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극명하기 때문에 개원할 때 적어도 3개월 유지비를 확보해야 한다. 즉, 200억원의 은행 빚 이외에도 유동 가능한 자금이 90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이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잘 나가던 개원의도 대형화에 밀리면 패잔병 신세
반면 이에 합류하지 못한 개원의들은 술기 등 실력과는 무관하게 패잔병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대형화의 또 다른 단면이다.
파격적인 마케팅과 첨단 시설로 중무장한 대형 성형외과가 환자를 싹쓸이 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개원의들은 적자 운영 혹은 폐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압구정역 인근에서 개업중이던 김모 원장은 얼마 전 대형 성형외과 봉직의로 취업했다.
개원 13년차로 나름 경력도 쌓였고 술기에도 자신있었지만 환자가 줄면서 수입이 감소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대형 성형외과로 들어간 것.
한 때 스스로를 잘 나간다고 자부했던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B성형외과 개원의는 "의사 개인의 실력보다 규모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답답하지만 현실"이라면서 "한달에 수억원씩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병원과 경쟁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그들은 왜 대형화를 택했나
성형외과 개원의들은 왜 대형화에 목을 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압구정 성형거리에 개원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강남 일대 성형외과 수가 급증하면서 다른 곳과 차별화하려면 규모를 늘려야 했다.
성형외과를 내원하는 환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대형화를 유도하는데 한 몫 했다.
특히 중국 등 해외환자들은 규모를 보고 병원의 신뢰도를 판단하기 때문에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대형화는 필수 요건이 된 것.
결국 성형외과 개원의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몸집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골든와이즈닥터스 박기성 대표는 "최근 대형화 추세의 여파로 홀로 개원한 성형외과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수익이 20~30% 감소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내년 오픈 예정인 대형 성형외과가 등장하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죽음의 레이스 그 결말은?
벌써부터 극으로 치닫는 규모 경쟁의 결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형외과 개원의 상당수가 "대형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이며 어느 한 성형외과가 도산해서 어려움을 겪어야 과열된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공통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 황규석 윤리이사(옴므앤팜므 성형외과)는 "지금은 외국환자가 대형 성형외과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지 의문"이라면서 "대형화를 위해 투자한 비용을 빨리 회수하지 않으면 부도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형 성형외과의 치킨게임으로 성형시장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형 성형외과의 몰락은 단순히 한개 병원이 폐업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영난에 봉착한 대형 성형외과는 살아남기 위해 덤핑에 나설 것이고 이는 소규모 성형외과에도 직격탄"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메디칼타임즈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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