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하는 '외래약제비 적정성 평가에 따른 가감지급제'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의료계와 합의되지 않은 지표를 근거로 통계에서 벗어난 의사에게 감산 지급한다는 것은 보험 재정을 더 쥐어짜내려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16일 대한개원의협의회, 개원내과의사회 등 21개 각과개원의사회는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의료 발전보다도 보험재정의 안정에 우선을 둔 왜곡된 외래약제 가감지급제의 시행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르 높였다.
외래 약제적정성평가 가감지급 사업은 약제처방의 질지표(항생제처방률, 주사제처방률, 6품목이상 처방비율)와 비용지표(외래처방약품비 고가도지표, OPCI)를 포괄해 관리하는 사업.
심평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약제처방의 질지표가 연속 1등급이면 가산 지급, 질지표가 연속 9등급이면서 지표연동 통보대상이면 감산 지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의사회는 "가감지급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쉽게 보이니 더 쥐어짜보겠다는 만용에서 비롯된 지나친 규제라고 판단된다"면서 "진료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사들의 어려움과 현실은 외면한 채 모니터 앞에 앉아 통계만 돌리며 만들어낸 탁상행정의 전형적 사례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6품목이상 처방비율은 1개 상병에 적용할 경우에는 현실성이 있으나, 여러 가지 상병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많은 경우를 일정하게 보정하지 않는다면 왜곡된 평가 결과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의사회의 판단이다.
의사회는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일회 방문 시 여러 가지 상병에 대한 처방을 원하고 있다"면서 "환자의 편의와 만족을 위해 일시에 처방한 약을 마치 약품의 과다처방으로 보는 지표로 삼는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이어 "외래처방약품비 고가도지표도 문제가 있다"면서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 현실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복제약의 처방에 대한 가격적인 장점을 느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많은 생동성실험의 난맥상을 보면서 상당수의 복제약의 효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있기 때문에 오리지널을 처방하다보니 고가도지표가 상승하는 것이므로 이 역시 가감지급의 기준으로는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의사회는 "의료계나 학계와 합의되지 않은 자의적 기준을 잣대로 들이대 진료비를 가감지급하겠다는 발상은 의사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면서 "진료의 질 저하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를 주면서도 의료의 질 향상보다는 재정 절감을 강조하는 정책을 강행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심평원의 심사나 평가 기준에 의해 우리나라 의료가 좌지우지 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보험재정의 안정에 우선을 둔 왜곡된 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