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광고 허용 땐 1차 의료기관 붕괴"
     2011-01-05 4599
 

"병·의원 광고 허용 땐 1차 의료기관 붕괴"

개원가 "환자 쏠림 현상 심화…일차의료활성화 먼저"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선정에 따른 파장이 의료계에도 불어닥칠 조짐이다.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매체들이 전문의약품 광고 규제 완화, 병·의원 광고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워, 안정적인 방송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논리이지만 의료계에 밀어닥칠 태풍도 만만찮다.

우선 병·의원 광고가 허용되면 광고에 여력이 없는 중소 규모 병·의원은 "의료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전문의약품 광고가 풀리면 의사들의 처방권도 그만큼 약화될 것이 불보듯 뻔해진다.

"병의원 광고 허용, 환자 쏠림 심화시킬 것"

의료계는 의료기관과 전문의약품 광고가 의료계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도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1차 의료기관이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병의원 광고가 허용되면 네트워크 의원이나 대형 병원만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의료기관 광고가 개원가를 고사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전달체계가 아직도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광고에 들어가는 것은 그저 시장의 논리로 의료를 바라보는 무지의 소치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도 네트워크 의원이나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때문에 개원가가 고사 직전에 있는데 광고까지 허용되면 자본을 앞세운 병의원의 광고 러쉬로 결국 환자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시민단체도 우려하고 있다. 시장논리로 의료 광고를 허용하기에는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31일 성명서를 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에 광고 물량을 쥐어주기 위해 "병의원 등 의료기관 및 전문의약품" 광고까지 허용할 태세"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어떤 나라도 전문의약품이나 의료기관의 광고를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의료와 의약품을 광고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올해 주요업무를 청와대에 보고하며 그간 방송광고 금지 품목이었던 의료기관과 전문의약품 광고의 규제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매체들도 전문의약품 광고 등 허용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 광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 종편 사업자가 후발 주자로 나서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은 상황. 광고 시장의 파이가 곧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문의약품 광고, 처방권 약화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면 의사들의 처방권 약화가 예상된다. 광고를 본 환자들이 의사에게 "이 약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지면 오·남용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환자 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병·의원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런 우려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문의약품 광고를 추진 중인 방통위에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허용 추진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의협은 "전문의약품이란 일반의약품과는 달리 의사의 면밀한 진단이나 처방 없이는 안전성, 유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을 단지 시장논리와 규제 완화라는 잣대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협 문정림 대변인은 "의사는 환자의 질환별 중증도, 병력, 병용금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문의약품을 처방한다"며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면 의사와 환자 간에 심각한 갈등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광고 비용, 결국 환자·건보 재정 부담으로


한편 광고 비용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크다. 결국 제약회사들이 광고 마케팅에 쓰이는 비용을 약가에 반영해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나 대형 제약사만이 광고에 참여, 인지도를 높이면 환자들이 이런 특정 회사의 의약품만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가의 오리지날약 위주의 다국적 회사의 의약품의 요구가 커져 처방이 늘면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 문정림 대변인은 "자본력이 있는 대형 제약사나 다국적 회사의 전문의약품이 광고 시장에 나오면 이들 제약사 약 처방이 늘어나면서 건보재정도 악화된다"고 경고하면서 "국민 건강을 담보로 종편 사업자를 먹여살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메디게이트 뉴스 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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