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원장 자주 바뀐다면 사무장병원 의심해야
     2010-07-19 5712
 

대표원장 자주 바뀐다면 사무장병원 의심해야

사무장병원 식별법, 환자 유인 등 불법행위도 다반사

성형외과 전문의 A씨는 얼마 전 선배의 권유로 K성형외과에 봉직의로 취업했다. 2년 후 그 선배는 지분을 보장할테니 공동개원하자고 제안해 왔다. A씨는 K성형외과가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부원장이 된다는 생각에 결국 수락했다.

그러나 공동개원 체제로 전환한 지 3개월, 사무장이 잠적하면서 A씨는 난데없이 빚을 떠안게 됐다.

최근 개원가에는 사무장병원에 발을 디뎠다가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하는 등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왜 이런 사례가 속출하는 것일까. 사무장병원이 가져다주는 문제의 심각성과 그 유형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원의들이 주의해야 할 사무장병원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대표원장이 자주 바뀌는 경우

사무장병원의 첫 번째 특징은 대표원장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사무장이 무리하게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하면서 대표원장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결국 이를 참지 못한 의사들이 나가면서 대표원장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다.

반면 의도적으로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도 많다. 대개 1~2년에 한 번씩은 명의를 변경하는 데, 이는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탈세에 대한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명의를 변경함으로써 기존 병원은 폐업처리가 되고, 동일한 위치에 다른 병원이 개원한 것처럼 보임으로써 그동안의 탈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는 기존의 대표원장이 그대로 있는 경우에도 다른 원장으로 명의를 변경,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무장병원에 몸담았던 의사들은 자칫 병원이 갖고 있는 빚을 떠안을 수도 있고, 의료법위반으로 면허정지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사무장이 아무리 명의를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대표원장으로 근무했다는 흔적이 남고 현행법상 이에 대한 책임은 상당부분 의사에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브로커 고용·덤핑진료 일삼는 경우

사무장병원의 특징 두 번째는 불법 행위를 일삼는 병원이다.

주변에 브로커를 고용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거나 지나치게 가격을 싸게 낮추는 병원은 일단 경계해야 한다. 이 경우 사무장병원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가지 않는 게 좋다.

사무장병원은 일단 매출을 올릴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환자를 유치한다. 이 과정에서 미용실이나 노인정에서 단체로 환자를 몰아온다든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덤핑진료를 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환자를 몰고 온 브로커에게 20~30%의 수수료를 떼어주려면 그만큼의 매출을 올려야 하고 또 그러다 보면 무리하게 환자를 유치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게 된다. 여기서 근무하는 의사의 업무강도는 물론이고 의료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무장병원 점검을 하다보면, 서류상에서 드러나기 보다는 부당청구나 불법 의료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무장병원임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즉, 사무장병원의 불법 행위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고액연봉+알파를 제시하며 유혹

세 번째 주의해야할 점은 외부의 자본가가 의사에게 일부 지분을 투자하도록 하면 대형병원의 대표원장이 될 수 있다며 접근하는 경우다.

가장 흔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다. 상당수의 개원의들이 알면서도 사무장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선 안된다. 또 설령 맞다고 해도 그에 따른 대가가 혹독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사무장들은 자신을 유능한 자산가로 포장해 접근한 뒤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일부 자금이 부족하니,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 지분을 나눠주겠다고 하는 사례도 흔하다. 지분을 갖게 되면 월급+알파를 지급하겠다며 개원의들이 뿌리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자신이 투자한 지분이 크면 클수록 이후에 자신이 감당해야 할 빚 또한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원, 눈앞의 이익 쫒지 말고 멀리봐야"

사무장병원 피해를 입었던 K원장은 “모든 준비는 다 돼있으니 원장님은 진료만 열심히 해주세요” “원장님은 명성이 높으시니 가끔 환자만 보시면 됩니다” “월 수천만원의 월급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라는 식의 말로 접근하는 사무장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은 “사무장병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의사들이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그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개원시장이 과열될수록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는 당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을 선호하다 보니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최근 강남 일대 성형외과는 막상 성형외과 전문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사무장병원이 높은 월급을 제시하면서 전문의들을 데려가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 메디게이트 뉴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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