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병·의원 개설 논란 어떻게 진행되나
     2009-01-22 4810
 

보사硏 "산업화 기반 마련" vs 의료계 "국민·의사 피해"…국회도 주시

정부가 지난 19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직후 의료계 내부적으로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정부가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검토한 바 있어 이번 선진화 방안에 그 내용이 포함될지 의료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상황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의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일반인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면 의사에게도 긍정적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수익성 위주의 진료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행 당연지정제가 유지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보사연은 개설 형태와 관련해 일반인의 지분을 절반 이하로 제한하거나 주식회사 형태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정부 정책이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사무장 병·의원을 양성화하는 방안에 불과하다는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종의 사망선고로 받아들인 셈이다. 협상 카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현재 경기침체를 타개할 성장동력으로 의료를 주목하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와 함께 민간자본을 이끌어내 의료계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현재 정부는 직능단체의 거센 반발을 고려해 일반인 의료기관 개설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자격사 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일반인 의료기관 개설은 민간자본 유입으로 의료계 파이를 키우고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견과 비급여 위주의 수익성 진료가 많아질 것이라는 비판론이 상존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시장 활성화와 공공성 훼손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그렇지만 법인 형태의 의료기관 개설은 참고할만하다는 의견은 많았다.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는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양날의 칼이다. 그러나 법인 형태의 의료기관 개설에 일반인의 참여는 검토해 볼만하다. 자본 활성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다만 "개설자가 사실상 모든 지분을 갖는 중소 병·의원 개설에까지 일반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태진 교수는 "구체적인 언급은 곤란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원칙적으로 일반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미국만 보더라도 의사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고 했다.

반대 의견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영리법인 의료기관에 불과하며, 의료계 피해가 클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주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이상이 교수는 "민간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사실상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우회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민간 자본이 활성화돼 그 혜택이 국민이나 의료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대형 자본에 국민과 의료인이 피해만 커질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상충한다. 자본 활성화와 의료계 파이를 키울 것으로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론도 있다.

일부 여당 의원실은 자본 활성화에 좋은 기회로 평가했다. 반면 직능출신 의원실에서 반대 의견이 거세다.

직능출신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반인이 의약사를 고용해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한다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표된다면 무조건 반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능출신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견해를 밝히기 곤란하지만, 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대 의견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안은 논란을 거듭할 전망이지만,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정부에 비해 의료계의 논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데일리메디 음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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