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필름 안찍을 수도 없고…"
     2008-11-26 4794
 
환율 급등에 공단 상한가 제자리…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성명
"진작 CR(전산화엑스선장치)로 바꿨어야 했는데……."

환자 진료를 위해 방사선 필름을 많이 사용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이태연 원장(서울 동대문구·서울정형외과의원)은 요즘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영상장비를 구입하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25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원·엔화 환율은 1554원까지 치솟으면서 방사선 필름은 찍으면 찍을수록 적자이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이 정형외과 개원가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의료기관에 방사선 필름 등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환율 변동분을 채 다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만 인상했다. 그렇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묶어 놓은 상한가는 훌쩍 넘기 때문에 일선 의료기관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이태연 원장은 "환율 급등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한가와 실제 필름 구입가가 40~50% 정도 차이 난다"며 "가장 큰 필름(14cm×17cm)의 경우 상한가가 850원인데 원·달러 환율 1400원 기준으로 실제 구입가는 1320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개원가가 느끼는 어려움은 지난 IMF 외환위기 때보다 크다. 당시에는 정부당국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매달 고시 가격을 탄력적으로 변경한 반면 최근에는 방사선 필름 상한가를 오히려 낮추려다 보류한 게 전부다.

특히 방사선 필름 가격 폭등은 필름을 많이 쓰는 정형외과·재활의학과 개원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병원은 대부분 영상정보저장전달시스템(PACS)을 도입하는 등 필름 없는 병원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방사선 필름 상한가 초과 구입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현재 병·의원에서 구입하는 방사선 필름의 실제 구입가는 건보공단에서 정한 상한가에 비해 턱없이 비싸게 형성되어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병·의원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필름 상한가를 의료기관의 실제 구입가격에 맞춰 상향조정해달라"고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계당국에 요청했다.

백경열 회장은 "방사선 필름에 대한 적정 가격 수준으로 조속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앞으로 방사선 촬영 등 환자진료에 꼭 필요한 진료 역시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 회장은 또 방사선 필름의 합리적인 가격 조정과 원활한 수급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내달 1일 복지부와 간담회를 열고 방사선 필름 등 치료재료 가격 문제의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최근 방사선 필름 등 치료재료의 상한금액 조정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복지부에 제출했으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도 20일 치료재료 공급 회원사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향후 방사선 필름 상한가를 인상할 경우 최근 환율 변동분을 포함해 적용 날짜를 소급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처:의협신문(이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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