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묶인 의사 재량권
     2008-10-10 4706
 
서울대병원 진료비 소송 2심 敗…법원, 임의비급여 불법 규정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환수소송에서 지난 1심에 이어 패소에 가까운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더욱이 이번 2심에서는 지난 1심에서 일부 인정한 의학적 비급여에 대해 고등법원이 불인정 판결을 내려 사실상 급여기준 외에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사의 재량권 확보에 실패했다. 임의비급여 논란의 분수령이 될 서울대병원 진료비 환수소송.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문을 토대로 그 의미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1년 만에 뒤집힌 임의비급여 운명 9일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서울대병원 진료비 환수소송 판결의 핵심은 일부 임의비급여를 인정했던 1심 판결에 대한 번복이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1심 판결에서 급여기준 초과 외에 일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심평원이 환급 처리한 항목 가운데 별도산정 불가 항목, 불인정 항목, infusion pump set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이 임의비급여한 게 타당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질병의 치료범위를 넘어서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지출한 특수한 비용은 환자측의 사전동의를 받았다면 비급여 대상으로서 별도로 산정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통상적인 방법에 의해 치료를 할 수 없는데 병원에게 비용 보전을 불허한다면 이는 원고의 재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급여기준대로 통상적인 치료만 허용한다면 이는 환자의 귀중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역시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경우 법리 적용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2심 판결에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치료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사실상 임의비급여를 부인했다. 생명 구하는 치료↔일반 치료, 구별할 가치 없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중 특히 주목이 되는 부분은 바로 ‘환자의 생명을 핑계로 한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법은 판결문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치료행위와 일반 치료행위를 구별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이를 구별할 필요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의료기관이 급여기준을 초과로 공단에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면 안되며 그 치료행위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의학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이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알고도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서울대병원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즉 건강보험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일지라도 무조건 급여기준 내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의료기관은 치료비를 징수함에 있어 반드시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그와 다르게 징수하는 경우 환자들에게 반환토록 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임의비급여 인정받을 길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서울대병원이 주장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없다”라고 단언하고 그 해법으로 신의료기술 등 원론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행위 및 치료재료에 대해 요양급여대상 여부의 결정을 신청해 그 결정을 받아 공단이나 환자측으로부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요양급여규칙을 예로 들었다. 의약품에 대해서도 진료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초 허가사항 범위를 초과해 처방 투여할 수 있다는 규칙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관계법령은 새로운 진료행위 등이나 당초 허가사항을 초과하는 의약품 사용에 있어서도 의료기관이 공단 등으로부터 그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급여기준은 의약계 전문가의 의견 등을 반영해 마련한 것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만큼 건보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는 공익과 의료기관의 사익을 조화롭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데일리메디(박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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