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나와서는 환자 진료정보 가져가
     2008-09-29 4654
 
의사들 "요구 자료 내놓을 수 밖에 없어"…비뇨기·정신과 등 예민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올해 초 갑자기 들이닥친 세무서 직원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 대여섯 명이 오자마자 최근 3년치 환자들의 종이 차트와 컴퓨터에 담긴 환자 사진 등 진료정보를 몽땅 내놓으라고 했다. 해당 차트에는 환자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가족력, 진료 및 처방, 수술 내용까지 모두 담겨 있다. 사진에는 환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진료 내용도 간단하게 언급돼 있다. K씨는 코와 눈, 턱, 가슴 등 각종 성형수술을 받거나 진료 상담을 한 환자들의 정보가 담긴 자료들이어서 내주는 게 불안했다. 하지만 특별조사를 나온 세무서 직원들에 자료를 모두 줄 수밖에 없다. 세무서 직원들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많은 성형외과 특성상 매출을 누락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당초 40일가량 조사하면 된다며 1000명이 훨씬 넘는 환자들의 차트와 사진 1만여 장 등 민감한 정보가 담긴 자료들을 모두 가져갔다. 디지털 정보는 아예 노트북 컴퓨터에 복사해갔다. 나중엔 30일을 연장하겠다고 해, 차트는 70일 가까이 병원을 떠나 세무서 직원들의 손에 들어 있었다. K씨는 “가지고 간 차트를 복사했는지, 디지털 사진 정보를 세무조사 후 폐기했는지 알 수 없다”며 “검찰 같은 수사기관들은 압수수색 영장이라도 들고 오지만 세무서 직원들은 그냥 와서 민감한 정보들을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불쾌한 것도 불쾌한 것이지만 환자들의 진료정보를 내줄 수밖에 없어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국세청이나 일선 세무서가 병·의원을 세무조사하면서 환자들의 진료정보에 무제한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와 관련한 모든 민감한 진료정보가 아무런 제약 없이 발가벗겨지고 있는 셈이다.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세무공무원이 진료정보에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중소형 병·의원에서는 대부분 환자의 진료정보를 일선 세무서에 제공하고 있다. 물론 병·의원은 환자 진료정보의 민감성을 이유로 자료 제공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지방의 B병원이 그랬다. 이 병원은 내부 논의 끝에 이를 거절하는 대신 병원 안에서 필요한 부분만 모니터로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병원의 전산팀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위해 정보에 접근하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보호해야 할 정보이기 때문에, 유출 우려도 있고 외부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막았다”고 말했다. "자료 제출 요구 거절하기 어려워" 그러나 법인이 아닌 중소 규모 병·의원은 지방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특별 세무조사를 나오는 경우 자료 제출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 세무조사를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소득 누락과 같은 탈루 혐의에 대한 단서를 잡고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비뇨기과를 6년째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 P씨도 세무서 직원이 요구하는 대로 환자 진료자료를 전부 내줬다. 지난 4월 들이닥친 세무소 직원들은 지난 한 해 동안의 매출 통계부터 시작해 환자 차트까지 모두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세무서 직원들은 무려 1만2천여 명의 진료정보가 담긴 차트를 이틀 동안 샅샅이 훑어보고 돌아갔다. 이씨는 “세무서 직원이 ‘소득세 신고를 제대로 하는지 조사차 나왔다’며 차트를 다 보여달라고 하는데, 내가 뭐 꼬불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서 다 보여줬다”며 “나중에 다른 의사한테 들어보니 전부 보여줄 의무도 없고 일일이 답할 필요도 없다고 해 다음부터는 환자 차트를 보여주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 가운데 30∼40%가량이 성병 치료를 위해 온 이들이라서 자신의 진료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비뇨기과는 신경정신과, 산부인과 등과 함께 가장 민감한 진료정보를 다루는 분야다. 비록 상대가 국가 공무원일지라도 이처럼 환자의 진료정보를 조건 없이 내주는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사들도 대체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칫 세무조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비치면 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거나 보복을 당하는 일이 있을까봐 자료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성형외과 개원의는 “의료법상 환자 정보를 노출할 수 없도록 돼 있고, 엄밀하게 볼 때 환자 정보 유출이 맞다”면서도 “강제가 아닌 협조요청이지만 안 내줄 수 없어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데일리메디(정숙경기자)
     "고도비만센터"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올라
     소아과→소아청소년과 간판교체 15% 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