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의사에게 강도가 아니면 성직자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최근 MBC 뉴스후가 수술 중인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는 ‘각성’ 문제를 방송한 후 일부 환자들이 불안해하자 수술실에 BIS(Bispectral index) 장비가 도입된 만큼 안심해도 된다는 점을 공지할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BIS 모니터는 환자의 마취 정도를 정확히 측정해 환자의 수술 중 각성을 예방하기 위한 장비다. 그러나 건국대병원은 만약 BIS 감시를 하고 있다고 공지할 경우 환자들이 대거 몰릴 것을 우려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건강보험 문제가 깔려있다. BIS 감시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마에 1회용 센스를 부착해야 하는데 개당 구입비용이 3만여원에 달한다. 하지만 1회용 센스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는 이른바 ‘별도 산정불가’ 항목이다.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토록 하면 임의비급여 부당청구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건국대병원은 환자를 위해 BIS 장비를 사용하고도 공단에도, 환자에게도 비용을 청구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고, 부득이하게 심장, 대동맥 수술에 한해 장비를 이용해 왔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이 임의비급여 사태 이후 5만원이 넘는 골수검사바늘을 환자들에게 무료로 사용한 것과 유사한 사례다. 반면 일부 병원에서는 임의비급여 문제를 피하기 위해 환자에게 1회용 센스를 직접 구입해 오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중 각성을 걱정하는 환자들이 너도나도 BIS 장비를 이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공지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건국대병원 김태엽(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20일 “수술 중 각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벌어질 수 있어 BIS와 같은 감시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건강보험도 안되고, 환자에게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보니 병원은 손실을 감수하고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수술을 할 때 BIS와 같은 장비 사용을 의무화한 것으로 안다”면서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거나 환자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의사에게 강도가 아니면 성직자가 되길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마취 수가가 턱없이 낮은데 BIS 비용까지 병원이 떠안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출처:메디게이트(안창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