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문 닫지만 "맛집"은 살아 남는다
     2008-08-12 5177
 
[이대 동대문병원이 60여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지난 7월부터 진료를 중단했다. 동대문병원이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집중하고 있으며, 수도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초대형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의료기관들이 하드웨어 중심의 무한경쟁을 계속한다면 제2, 제3의 동대문병원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경기도의 모 대학병원 원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급성기병상이 이런 식으로 증가한다면 머지않아 대학병원 1~2곳은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경기 남부지역에 급성기병원 신, 증설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한 우려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경희의료원, 연세의료원, 을지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의료원 등은 2010년 초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병원이 모두 개원하면 경기 남부지역에 5천~6천 병상이 새로 추가된다. 그는 “지금도 급성기병상이 남아돌고, 2010년 이후에는 인구 감소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병상이 새로 유입되면 몇 개 병원은 도태가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병원 신, 증설 바람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대구가톨릭의료원, 울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원자력의학원 동남권분원, 해운대백병원, 천안 순천향병원 등이 건립되면 향후 수년 안에 1만 5천여병상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병원협회의 추산이다. 고가 의료장비 역시 매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CT의 경우 2005년 1557대에서 2006년 1629대, 2007년 1799대로 2년새 무려 16% 증가했다. MRI는 2007년 1월 664대에서 올해 6월 현재 811대로 2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암센터 소장은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했고, 의료가 표준화되지 않다보니 환자 입장에서 보면 어느 의사가 진료를 잘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큰 병원은 믿을 만하다는 관념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의료의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허 소장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중환자나 신생아 등 필수의료 영역은 수가가 낮아 투자해봐야 이익이 남지 않는다”면서 “이로 인해 필수의료 영역은 구색만 맞추고, 고가장비, 로봇수술 등 선택의료 영역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이런 하드웨어 중심의 무한 팽창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허 소장은 “하드웨어 승부가 어느 정도까지 계속 되다보면 투자에 따른 비용효과 면에서 한계가 올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대형 체인 백화점들이 시장을 잠식한 결과 재래시장이 위축되고 있듯이 의료시장이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허 소장의 견해다. 그는 “미국에서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형성되면서 피츠버그대학병원 주변의 여러 의료기관들이 체인화됐고, 어중간한 병원은 생존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허대석 소장은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필수의료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적정수가를 보장하되 평가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허 소장은 의료기관 생존비법으로 ‘맛집론’을 폈다. 그는 “하드웨어 승부에 집착할 게 아니라 환자 중심의 의료, 휴먼 터치 등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맛집이 망하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메디게이트(안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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